.
by 숲고양이 이글루스 피플
카테고리
폐가를 지키는 길고양이 아저씨

얼굴이 후덕한 길고양이가 가을볕을 쬐며 꾸벅꾸벅 졸고 있습니다. 돌보는 사람 하나 없어 잡초가 무성해진

폐가를 지키는 문지기라도 된 듯합니다. 낡은 슬레이트 지붕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위태롭습니다.  


코 밑 얼룩무늬 때문에 면도 안 한 아저씨 같다 여겼는데, 가까이 다가가 보니 초록색 눈망울이 천진합니다.
 
몸은 피폐한 땅에 의지하고 있지만, 고양이의 마음은 아득히 먼 어딘가를 향해 있습니다. 



고양이가 인도하듯 낡은 폐가 안으로 들어섭니다. 오래된 나무 문을 경계로 공기의 냄새가 달라집니다.

나달거리는 벽지에서 스며나오는 곰팡이 냄새가 스멀스멀 코끝을 찌릅니다.

이 집에 살던 이는 세탁기며 그릇이며 낡은 살림살이들을 그대로 두고 집을 떠났습니다.

낡은 집에 켜켜이 내려앉은 시간만큼 오래된 물건들입니다. 새 집으로 그 짐을 다 옮겨가는 것보다

살림살이를 새로 사는 것이 더 싸게 먹힐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옛 집에서의 기억을 상징하는 그 물건들을

모조리 버림으로써, 고단한 과거와 작별하기를 꿈꿨는지도.



사람이 살지 못할 폐가도, 길고양이에게는 아쉬운대로 바람을 피할 쉼터가 됩니다. 제 집인양 능숙하게  

드나드는 모습으로 보아, 주인 잃은 이 집은 당분간 길고양이의 것이 된 모양입니다.
 
 잠시 머뭇거리던 길고양이는 어둠 속으로 몸을 날립니다. 따라가기에는 통로가 좁기도 하거니와,
 
스산한 기분이 들어 더이상 고양이를 따라가지 못합니다. 그러나 길고양이에게는 어둠보다 두려운 것이 

곧 다가올 겨울입니다.  매서운 겨울을 대비해 지붕이 있는 잠자리를 구해야만 합니다.



-----------------------고양이 좋아하세요? 이 블로그를 구독+해 보세요=(^ㅅ^)=


이글루스 가든 - 길고양이 동맹
by 숲고양이 | 2009/10/05 00:03 | 트랙백 | 덧글(14)
트랙백 주소 : http://pygmalion.egloos.com/tb/1955190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Scully at 2009/10/05 00:25
아... 겨울.
어떡하죠. 추운 겨울이 오면...
Commented by 숲고양이 at 2009/10/06 21:29
아직 가을이니까 그동안 겨울 날 준비를 부지런히 해야겠지요..
Commented by 쯔유히메 at 2009/10/05 01:26
저희 본가 옆 건물도 폐가인데 거기에 냥이들이 많이 살아요.
집 앞마당이나 뒷뜰에도 간간히 내려와서 햇빛을 쬐더라구요^ㅅ^
Commented by 숲고양이 at 2009/10/06 21:30
고양이가 햇빛 쬐는 걸 은근 좋아하더군요. 스밀라도 햇빛 비치는 곳에 동그랗게 앉아있곤 한답니다.
Commented by Tag at 2009/10/05 02:35
퉁실퉁실 아저씨 같네요. :)
Commented by 숲고양이 at 2009/10/06 21:30
네 아저씨 고양이 특유의 둥글한 얼굴입니다.
Commented by skibbie at 2009/10/05 04:09
매번 숫길냥이 얼굴들을 보면 땅콩집냥이들과는 다른 뭔가 중후한 턱선을 갖고 있는 듯해요-_-
멋진 아저씨냥이가 올해 지낼 지붕을 마련해 다행이예요.
Commented by 숲고양이 at 2009/10/06 21:31
음.. 남성호르몬의 영향일까요? 길고양이 돌보시는 분들께 말씀을 들어보면 얼굴이 저렇게 크고 둥근 고양이는
왕초급 숫냥이라고 하더라구요.
Commented by 샐리 at 2009/10/05 11:02
예전 살던 집은 주택 2층인데 현관 앞에 작은 공간이 있어서, 겨울이면 거기에 큼직한 종이상자를 놔두곤 했어요. 최대 네마리까지 낑겨서 자고 가더군요. 그땐 물이 꽁꽁 얼어서 애들이 물을 못 마시는 게 제일 곤란했는데...
지금은 아예 그렇게 해놓을 공간이 없는 집합건물로 이사를 오고 나니, 물 어는 건 둘째 문제고 애들이 얼어죽지 않을까가 더 걱정스럽더군요. ㅠㅠ
저 폐가는 그래도 비바람도 막아줄 것 같고, 상자 같은 걸 놓아둘 공간도 있어보여서 다행입니다 ;ㅅ;
Commented by 숲고양이 at 2009/10/06 21:33
고양이를 발견했으니 앞으로 사진 찍으러 갈 때마다 먹이를 놓아주고 올 생각이에요. 밥 주시는 분이 계셔서
그분께도 고양이 사료를 전해드리면 아마 때때로 나눠주실 수 있을 거 같네요.
Commented by Wish at 2009/10/05 13:28
음...고양이가 살기엔 좀 위험해 보이는데;ㅅ;
Commented by 숲고양이 at 2009/10/06 21:33
집이 오래된 냄새가 나는 게 금세라도 허물어질 것 같더라구요. 고양이는 빈 틈새로 살며시 다니기는 하지만
인간이 드나들기엔 어려울 거 같아요.
Commented by ALICE at 2009/10/05 17:40
어찌보면 저 곳이 저 고양이에겐 오히려 안락한 곳인지도 모르겠네요...아무도 쫓아내지 않을테니까요..
Commented by 숲고양이 at 2009/10/06 21:34
을씨년스러울수록 사람의 발길은 덜하겠죠..아무래도.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


이글루 파인더
메모장

깊고깊은 바닷속에
고양이가 누워있네
고양이뼈 산호되고
고양이눈 진주됐네

skin by 이글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