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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고양이 이글루스 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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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장에 사는 섬고양이
동도와 서도에서는 쓰레기를 분리수거하는 대신 소각처리한다. 생활폐기물과 함께 버려진 음식물 쓰레기는 길고양이에게 가장 구하기 쉬운 먹잇감이기에, 길고양이들은 스스럼없이 이곳으로 모여든다.

동도의 한 쓰레기 소각장에 도착했을 때, 서너 마리의 고양이가 먹을 것을 찾아 배회하고 있었다. 땅 속으로 스며든 쓰레기가 양분이 되었는지, 온통 암벽과 쓰레기로 가득 찬 이곳에서 노란 유채꽃밭만이 홀로 황홀하다. 유채꽃이 피어난 지점만 바라보고 있노라면 쓰레기장이 아닌 꽃밭이라 불러도 어색함이 없을 만큼 아름답다. 그러나 그 아름다운 그늘 아래에는 길고양이의 힘겨운
삶이 숨겨져 있다.

인기척을 느낀 검은 고양이가 황급히 잰걸음으로 달아난다. 나와 길고양이 사이에는 꽃밭을 사이에 두고 10여 미터 떨어진 곳인데도,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그러나 달아난 고양이를 보며 아쉬워하는 것도 잠시, 바로 발밑에 얼룩고양이 한 마리가 숨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방금 전까지 뭔가 주워먹고 있었던 듯, 입맛을 다시며 입가에 묻은 음식 찌꺼기를 핥는다.


고양이와 눈이 정면으로 마주친 순간, 정적이 흐른다. 미동도 하지 않는 고양이의 얼굴에 긴장이 가득하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고양이의 머릿속에 스쳐가는 수많은 생각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 인간이다!'
'뭐하러 여기까지 온 거지?'
'어떻게 하지? 어느 방향으로 달아나야 하나?'

고양이는 결심한 듯 방향을 돌려 쓰레기 소각장 한가운데로 몸을 날린다. 그가 방금 전까지 머물렀던 자리에는
버려진 대파 무더기가 뒹굴고 있었다. 고양이가 먹을 만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소각장에는 불타다 남은 종이상자며 캔, 비닐 등으로 가득 차 있다. 분리수거를 하려 해도 섬 밖으로 가져나가기 어려우니 소각처리는 불가피한 일일 것이다.


길고양이는 토끼처럼 폴짝폴짝 뛰어 멀어져간다. 한때 분홍색 젤리처럼 매끈했을 발바닥에는 세월의 때가 묻었다.
길고양이가 지금껏 살아온 시간이 어떠했는지 말해주는 발바닥이다.  


그날 이 근처에서 내 눈에 보인 것만 네 마리였으니, 아마 인적이 드문 밤 시간에는 더 많은 고양이들이 쓰레기 소각장 으로 모여들 것이다. 생선을 다듬고 나온 부산물이나 상품성 없는 잡어 등을 이곳에서 한데 모으고, 고양이에게 '다른 곳에 굳이 가지 않아도 이곳에서 먹이를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시킬 수 있다면, 고양이들이 민가 가까이로 다가와 주는 피해를 줄이는 데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글루스 가든 - 길고양이 동맹
by 숲고양이 | 2009/09/25 13:14 | 길고양이 | 트랙백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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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Wish at 2009/09/25 14:17
고양이가 먹을만한게 아니야;ㅅ;!!!
Commented by 숲고양이 at 2009/09/26 10:53
대파 무더기 옆에서 우물거리고 있는 걸 보고 마음이 아프더군요.
Commented by ALICE at 2009/09/25 14:21
이궁...가엾어라...사람이 저지른 일인데 저들이 피해를 보고 있네요..
Commented by 숲고양이 at 2009/09/26 10:54
그나마 소각식 쓰레기장이 있어서 고픈 배를 잠시나마 채우는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찰카기 at 2009/09/25 14:27
저곳을 길고양이 모이는 장소로 양성화 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여?
Commented by 숲고양이 at 2009/09/26 10:55
지금도 고양이가 모여들고 있기는 한데요, 아무래도 먹을 것이 그렇게 양질의 음식은 아니니까
가능하면 가공되지 않은 형태의 식사가 좋겠죠. 음 그리고 먹을 것이 많다면 앞으로도
고양이는 모일 텐데, 그런 고양이에게 해코지를 하지 않으려는 주민분들의 동의가 있어야겠죠.
Commented by 나막울었어 at 2009/09/25 14:37
발바닥이 참... (순간포착이 너무 절묘했어요)
Commented by 숲고양이 at 2009/09/26 10:56
때묻은 곰돌이 두 마리가 마음을 울리네요...
Commented by at 2009/09/25 15:24
아... 정말로 숲고양이님처럼 생각하면 분명히 답이 있을 텐데요! ㅠㅠ
Commented by 숲고양이 at 2009/09/26 10:57
턱없어 보일수도 있지만 저 말고도 다양한 의견들이 나올 수 있었으면 해요. 그래야 변화도 생길 테니까요.
Commented by Plaid at 2009/09/26 00:57
발바닥이....녀석 고단하겠어요.
Commented by 숲고양이 at 2009/09/26 10:58
섬에서 길고양이로 산다는 게 사람들 생각처럼 낭만적인 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지요.
Commented by 생의실감 at 2009/09/26 15:09
사진이 아주 맘에 들어요.
Commented by 숲고양이 at 2009/09/26 22:29
꽃밭과 쓰레기장이라니..안 어울리는 것 같으면서도 뭔가 울림이 있는 장소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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