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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 길고양이, 너무 짧아 애처로운 삶
봄은 길고양이들이 한창 태어나는 계절입니다. 계절마다 펼쳐지는 풍경이 다르건만, 자신이 태어난 계절만 기억한 채

세상과 작별하는 고양이들이 있습니다. 너무 짧게 세상에 머물렀다 가는 새끼 길고양이들입니다. 


길고양이의 평균 수명이 3~5년 사이라고 하면 '더 오래 산 고양이도 보았는데 어떻게 된 거냐' 하고 묻는

분들이 있습니다. 물론 먹이 환경이 좋고, 주변에 해코지하는 사람이 없고, 조심성 많은 고양이라면,

평균 수명을 넘겨 살아냈을 것입니다. 하지만 1개월을 살다 간 고양이와, 7년을 살다 간 고양이의 경우를 더한 뒤에

마리수로 나눈다면, 평균 수명은 내려갑니다. 특히 질병이나 굶주림, 체온 저하에 취약한 어린 고양이들은

혹독한 거리 생활에서 쉽게 타격을 받습니다.  


여느 때처럼 밀크티를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던 어느 봄날
, 밀크티가 지나가는 발밑에 쥐처럼 작은 뭔가가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
니 고등어 무늬의 새끼 고양이입니다. 어떤 이유로 세상을 떠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몸 크기로 보아

1개월이 채 안 된 어린 고양이입니다.


경험해보기 전까지는 죽음의 의미를 알 리 없는 밀크티는, 머뭇거림 없이 어린 고양이를 스쳐 지나갑니다.

삶과 죽음이 무심하게 교차합니다. 급한 대로 낙엽을 그러모아 묻어주고 돌아서는데, 마음이 무겁습니다.

고양이가 너무 어리다보니 눈도 제대로 떠보지 못하고 죽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너무 빨리 무지개다리를 건넌 새끼 고양이에게 세상이란, 차가운 바람과 까슬한 마른 잎의 감촉으로만 기억되는 건 아닌지.

고등어무늬 새끼 고양이라면, 아마도 이 길고양이가 아빠일 공산이 큽니다. 숲에 숨어 짝짓기하는 광경을

두어 차례 보았으니까요. 길고양이의 서늘한 눈빛이 제게 이런 말을 던지는 것 같습니다.

"나도 이렇게 살아남기까지 쉽지는 않았어. 하지만 지금까지 버텨온 것 뿐이야." 

가끔 길고양이가 '기하급수적'으로 번식한다고 비난하는 글을 읽으면 마음이 아픕니다.

길고양이가 무슨 천하무적이라서 죽지도 않고 아프지도 않고 새끼만 낳아대는 게 아닌데...

길고양이를 따라다니다 보면 그들의 삶뿐 아니라 죽음도 지켜보게 됩니다.

귀여운 고양이를 찍을 때는 마음이 행복해지지만, 가끔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고양이를 본 날은

하루종일 마음 한 구석에 묵직한 슬픔이 바위처럼 들어차 버겁습니다. 

'기하급수적'이라는 말의 무게가 얼마나 큰지 생각한다면, 그리 쉽게 쓸 수 있는 표현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by 고경원 | 2009/04/02 08:15 | 길고양이 | 트랙백 | 덧글(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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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mew at 2009/04/02 09:20
아아.. 좋은 곳에 갔겠죠?...
Commented by 고경원 at 2009/04/02 21:38
그랬기를 빌어봅니다.
Commented at 2009/04/02 09:3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고경원 at 2009/04/02 21:39
너무 자책하지 마셨으면 하네요... 고양이에게 마음을 준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경험해보았을 일인데
마음이 있어도 선뜻 뭔가를 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Commented by 나막울었어 at 2009/04/02 09:37
마냥 웃으며 볼수없는...슬픈 사진과 포스팅.
죽은 아깽이의 사진에서 눈을 뗄수가없네요...

그나저나 밝게 생각해서 포스팅을 보려고 하니 이런게 눈에 들어왔어요.

땅콩이 튼실하네요! :)

Commented by 고경원 at 2009/04/02 21:40
네... 좀;; 저런 걸 대물이라고 해야 하나...
Commented by Abby at 2009/04/02 09:44
애기 고양이가 안됐네요...

'땅콩'이 뭔가요...;;;;
Commented by 가고일 at 2009/04/02 10:16
꼬리 밑의 '그거'지요...ㅡㅡ;
Commented by 고경원 at 2009/04/02 21:40
네 수컷 고양이의 생식기 일부를 말합니다.
Commented by Tag at 2009/04/02 09:46
초점을 흐리게 찍은 것이 잘 한 듯 싶습니다. 후우~
Commented by 고경원 at 2009/04/02 21:42
어떤 분들에게는 거북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일부는 블러 처리했습니다.
하지만 어른 고양이와 새끼 고양이가 교차하는 모습을 통해 삶과 죽음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아서,
또 사진이 아니라면 전하기 어려운 모습이라 고민 끝에 올렸습니다.
Commented at 2009/04/02 10:2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고경원 at 2009/04/02 21:42
그렇습니다. 아무리 조심해도...
Commented by 자그니 at 2009/04/02 10:30
....후우...
Commented by 고경원 at 2009/04/02 21:42
( TㅅT)
Commented by 페리 at 2009/04/02 10:47
부디 좋은곳에 갔길 빕니다...ㅠㅠ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하고, 안쓰럽네요 ㅠ
Commented by 고경원 at 2009/04/02 21:43
좋은 세상을 조금이나마 좀 누리고 갔으면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있습니다.
Commented by sinanju at 2009/04/02 13:28
스밀라를 데리고 계신 분은 어떤 분인지 궁금했었는데 어제 모 방송사의 다큐멘터리를 다시 보고 고경원 기자님이 바로 스밀라를 데리고 계신 분인란걸 알았습니다. 저도 집에 고양이를 세마리나 기르는,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고양이 사진을 찍을 때 긴 머리카락이 땅 바닥에 닿는 것도 개의치 않고 셔터를 누르시던 모습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Commented by 고경원 at 2009/04/02 21:44
사실 고양이를 찍으러 나가면 옷이고 머리고 별 신경 안 쓰고 찍는지라..원래 좀 제가 그렇습니다.
고양이 눈높이에 맞춰 찍다 보면 자연히 주저앉거나 엎드리게 되더라고요.
Commented by Plaid at 2009/04/02 15:46
.....휴우..사진과 글의 내용이 슬프다가 땅콩이 눈에 들어왔습니다.-_-;
Commented by 고경원 at 2009/04/02 21:44
땅콩으로 기분전환인가요...근데 유독 크긴 하네요.
Commented by Wish at 2009/04/02 20:44
아아....슬프다아아아아;ㅁ;!!!!!
Commented by 고경원 at 2009/04/02 21:45
슬프지 않은 죽음이 어디 있을까 싶지만, 새끼 고양이의 죽음은 더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지요.
Commented by 키마담 at 2009/04/02 23:27
아휴....저도 저렇게 조그만 녀석들이 찬바닥에서 싸늘히 식어있는 모습들을
자주보곤 했었는데....... 저 작은 것들이 추위를, 배고픔을 이기기 정말 힘들었겠죠...
마음이 아픕니다.
Commented by 고경원 at 2009/04/04 08:03
네..아깽이들이 길에서 살아남기란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습니다. 아프기라도 하면 무지개다리를 건널 확률도 크고..
Commented by ALICE at 2009/04/03 13:38
예전에 동생이 제과점에서 일할 적에 구석에서 얼어죽어가는 아기고양이를 데려온 적이 있었어요. 이미 너무 늦어서 결국 죽어버렸던 주먹만한 아기고양이가 생각나네요.
Commented by 고경원 at 2009/04/04 08:05
어린 고양이에게는 특별한 병이 없어도, 체온 저하도 치명적이라고 하더군요...
Commented by 지나가다 at 2009/04/03 19:55
이 겨울을 넘긴 아갱이가 제가 밥주는 애들 중엔 네마리 중 단 한마리랍니다.
그 아가가 이제 또 발정할 때가 되었더군요....
Commented by 고경원 at 2009/04/04 08:06
거리의 아깽이들이 세상을 살아내기가 쉽지는 않겠지요. 보이지 않는 고양이들은 좋은 곳으로 갔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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