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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고양이 이글루스 피플 2009 이글루스 TOP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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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뒷모습에 담긴 이야기
길고양이를 처음 찍기 시작했을 때, 가장 많이 찍힌 건 뒷모습이었습니다. 멀리서 길고양이를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면, 고양이는 지레 겁먹고 달아나기 일쑤였으니까요.

가뜩이나 성능이 딸리는 카메라는 고작해야 심령사진처럼 흐릿하게 흔들리는 고양이의 윤곽만을 포착할 뿐이었습니다. 길고양이는 모델 되기를 쉽게 허락하지 않았고, 나는 좋아하는 마음만 있을 뿐 어떻게 다가가야할지 몰랐습니다. 


뜻하지 않게 뒷모습 사진만 줄창 찍게 되면서, 고양이의 뒷모습에서 표정을 읽습니다. 그전까지는 투명한 유리 반구처럼 빛나는 고양이 눈동자만 아름답다고 생각했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꼬리의 높낮이나, 등 근육의 모양새에서 고양이의 감정을 읽게 되고, 고양이와 함께 몸을 낮추면서 고양이의 눈높이가 어떤 것인지 알게 됩니다. 

길고양이의 뒷모습을 바라본다는 건, 고양이를 제대로 찍지 못한 것이 아니라,
고양이가 바라보는 곳을 저도 함께 바라보는 일이 아닐까요.

길고양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고양이를 보는 게 아니라, 고양이가 보는 세상을 보게 됩니다.
하늘을 날아가는 새를 부러운 듯이 바라보는 고양이를 찍으면서, 저도 하늘을 바라보지요.
 
쫑긋 치켜선 꼬리에서는 놀이에 여념이 없는 고양이의 긴장감을 느끼고

인적 드문 곳에서 명상에 빠진 고양이를 만나면, 저도 무거운 가방을 내려놓고 함께 쉽니다.

꼬리를 치켜든 채 위풍당당 걸어가는 길고양이를 찍으려고 몸을 낮춰 잰걸음으로 따라가면서 고양이의 눈높이를 배웁니다. 

 
그러면 어느 순간 고양이도 저에게 마음을 열고 바라봐준다는 걸, 알게 됩니다.




이글루스 가든 - 길고양이 동맹
by 고경원 | 2009/03/30 08:58 | 길고양이 이야기 | 트랙백 | 덧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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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뽀도르 at 2009/03/30 10:08
꼬리 내리고 앉아 있는 뒷모습을 보면, 좀 쓸쓸해보이기도 하고, 말을 걸어주길 기다리는 것도 같지요.
Commented by 고경원 at 2009/03/30 21:11
고양이는 뒷모습이 참 다소곳하지요. 앞발을 공손히 모으고 있어서 그럴까요. 동그란 등허리가 더 도드라지고요.
Commented by 물빛고양이 at 2009/03/30 12:41
밀크티색의 털을 가진 아이의 쪽 뻗은 꼬리가 너무 사랑스럽습니다.
가서 확 안아주싶어요.
Commented by 고경원 at 2009/03/30 21:12
밀크티 꼬리는 저도 살짝 쓰다듬고 싶어요. 잔뜩 힘이 들어갔겠죠?
Commented by Tag at 2009/03/30 12:45
하앍하앍~밀크티!!!
Commented by 고경원 at 2009/03/30 21:12
오래간만에 밀크티. 반가우시죠?
Commented by ALICE at 2009/03/30 14:21
어제 본가에 다녀오다가, 아파트 화단에서 3-4개월쯤 되어 보이는 아깽이를 발견했어요. 잘 먹고 다니는지 털도 좋아보이고, 귀여운 치즈태비였는데, 저를 보고도 도망가지 않더라구요. 잡아오고 싶었답니다...ㅠㅠ

밀크티!! 오랜만에 보니 더 이쁘네요.
Commented by 고경원 at 2009/03/30 21:13
언제나 옳다는 치즈태비 아깽이^^ 귀여웠겠네요. 도망가지 않고 배가 빵빵한 녀석이면 누군가 돌봐주는 사람이
있으려나요. 아님 엄마가 아직 챙겨주는 걸까요. 밀크티 소식은 종종 전할게요.
Commented by Wish at 2009/03/30 16:40
귀여운 고양이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살까요/ㅅ/
Commented by 고경원 at 2009/03/30 21:13
저도 고양이의 생각이 궁금해질 때가 많아요. 솔로몬의 반지가 있어서 동물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면...
Commented by 찰카기 at 2009/03/30 18:06
하루가 또 하루가 쉽지 않은 듯한 느낌이 납니다.
Commented by 고경원 at 2009/03/30 21:15
하루하루 산다는 게 쉽지 않죠...사람에게나 길고양이에게나 사는 게 때론 괴로운 일이 되기도 하니까..
특히 요즘같은 땐 더욱 생각이 많아지네요. 무엇보다 비둘기가 유해조수로 지정되었다는 게 마음에 걸립니다.
비둘기가 불쌍하기도 하고, 다음 차례는 길고양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Commented by 찰카기 at 2009/03/31 07:03
측은지심.
고양이나 비둘기 아니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모든 것들을 볼적마다 느껴집니다.
공생의 방법은 과연 어디에 있는가를 오늘도 곰곰히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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