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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보트 탄 길고양이, 따뜻한 우정

아슬아슬, 좁은 환풍기 위에 고양이 네 마리가 몸을 기대고 휴식을 취한다. 발아래 드넓게 펼쳐진 나무덤불은 잔잔한 바다를 닮았다. 갑작스레 펼쳐진 초록빛 바다에 홀려 고양이가 있는 쪽을 본다.

혹시나 땅바닥으로 떨어질세라 몸을 붙여 앉은 고양이들은, 조그만 난민보트에 몸을 싣고 바다를 떠도는 것처럼 보인다. 옹색하게 붙어앉은 모습도 그렇지만, 눈치 보며 여기저기로 도망 다니다 삶을 마감하는 길고양이 신세를 생각하면, 나라를 잃고 떠도는 난민 신세에 견주어도 크게 어색함이 없을 듯하다.


그러나 이것도 인간의 관점에서 고양이의 형편을 상상하는 것일 뿐이다. 정작 당사자인 길고양이의 표정은 천연덕스럽기만 하다. 친구들과 나란히 햇볕을 나누는 즐거움을 생각하면, 이 정도 비좁음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는 표정이다.

고양이 한두 마리가 환풍기 위에 올라간 모습을 가끔 보곤 했지만, 이렇게 대가족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게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아무리 높은 곳이 취향이라고는 하지만, 한 마리가 올라가기 딱 좋은 정도의 공간인데 불편하지 않을까? 그럼 제일 서열 높은 고양이가 편한 자리를 차지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닐까?

그런데 네 마리 고양이 중에 제일 편안하게 있는 녀석은 뜻밖에도 제일 어린 노란둥이 아깽이였다.
그 좁은 공간에서도 혼자 식빵 자세로 편안히 앉아있었으니.  바로 옆 카오스무늬 고양이는 비좁은지 다리 한쪽과 꼬리가 떨어질 듯 아슬아슬하게 환풍기 가장자리에 걸쳐 있다. 이들 무리에서는 제일 어리고 약한 고양이가 배려를 받는다.

때론 길고양이에게도 마음에 드는 장소가 서로 겹칠 때가 있다. 내가 먼저 좋은 자리를 차지하지 않으면, 남에게 뺏겨버릴 상황. 이런 상황이 되어보아야 고양이는 누가 진짜 친구인지 파악할 수 있다. 좋은 자리 하나를 놓고 네 마리가 싸워서 제일 강한 고양이가 이기면, 행복해지는 건 한 마리뿐이다. 하지만 좁고 불편해도 서로 몸을 조금씩 붙이면 한 마리 더, 또 한 마리 더 앉을 자리가 생긴다. 나누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네 마리가 함께 행복해지는 길이 열린다. 

흔히 길고양이에겐 서열다툼만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천천히 시간을 들여 바라보면 고양이 사회가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고양이 사이에도 나눔과 배려가 있다. 이날의 햇빛 나눔만 해도 그렇다. 비록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안심할 수 있는 '내 집'을 갖지 못하고 쫓겨다녀지만, 길고양이는 자신이 가진 보잘것없는 재산만으로도 따뜻한 나눔의 기적을 만들어낸다. 

by 고경원 | 2009/03/25 08:59 | 길고양이 | 트랙백 | 덧글(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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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Plaid at 2009/03/25 09:33
보기에 따뜻한 모습이네요. ^^
Commented by 고경원 at 2009/03/26 20:33
사진을 보고있으면 햇살이 느껴집니다.
Commented by 나막울었어 at 2009/03/25 09:36
오밀조밀 너무 귀여운모습 :)
오손도손 모인모습이 너무 귀여워요.
Commented by 고경원 at 2009/03/26 20:34
사이좋은 모습을 보고 저도 기분이 좋아졌던 기억이 나네요.
Commented by 하피 at 2009/03/25 10:27
아.. 마지막 사진 너무 좋네요.
인간이 스스로 그들에게 자리를 좀 내어주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안그래도 살기 팍팍한데 말이죠
Commented by 고경원 at 2009/03/26 20:34
네..부디 그럴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길고양이와 세트로 구박을 받던 비둘기 안락사를 시작한다고 하니
마음이 울적해지네요.
Commented by 페리 at 2009/03/25 10:29
아우, 오밀조밀 모여있는것만으로도 귀여운데 약한 아갱이한테는 오히려 불편해도 아무소리않고 있는게
더 이쁘네요 ;ㅂ;
Commented by 고경원 at 2009/03/26 20:35
아깽이가 제일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모습에 웃음이 났어요. 사진 찍을 땐 그냥 네 마리가 같이 있는 게
재밌어서 찍은 건데^^
Commented by 라비안로즈 at 2009/03/25 10:59
너무 이쁜 풍경이네요... 우리 인간들의 삶도 배워야 하는 것 같습니다.
서로 나보다 약한자를 배려하는.. 그런..
아침부터 좋은 사진 좋네요 ^^
Commented by 고경원 at 2009/03/26 20:35
약한 자를 배려한다는 게 쉽지 않은 현실이라 그런지 고양이들의 모습이 더 큰 울림을 주네요.
Commented by 뽀도르 at 2009/03/25 11:31
어른 고양이들이 잘 배려해줘서 그런가, 아깽이는 새끼 사자 같이 의젓하네요.
Commented by 고경원 at 2009/03/26 20:36
네 당당한 표정^^ 자세에 흐트러짐이 없지요.
Commented by Tag at 2009/03/25 12:28
마지막 사진은 정말 예술이네요. 멋집니다~ :)
Commented by 고경원 at 2009/03/26 20:36
저 멀리 어딘가를 바라보는 포즈들이 참^^ 짜고 찍은 거 같죠.
Commented by 파리 at 2009/03/25 12:41
에구..너무 따뜻하니 보기좋습니다..
Commented by 고경원 at 2009/03/26 20:36
고양이가 받는 햇빛을 느껴보세요.
Commented by 루씨 at 2009/03/25 19:15
사이좋은모습, 너무 예뻐요 :D
Commented by 고경원 at 2009/03/26 20:37
고양이 사이에도 동료애나 우정이란 게 있을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던 하루였어요.
Commented by ALICE at 2009/03/25 20:44
저도 마지막 사진에 한표!!!
이뻐요~~>.<
Commented by 고경원 at 2009/03/26 20:37
마지막 사진에 끌리는 분이 많으시네요..
Commented by Wish at 2009/03/26 00:24
보기 좋아요/ㅅ/
Commented by 고경원 at 2009/03/26 20:37
사이좋은 고양이는 언제나 보기 좋죠~
Commented by catail at 2009/03/27 11:24
너무 예쁜 모습이에요!
Commented by zzcmc at 2009/03/29 07:35
저위가 따듯한가...보죠?ㅎㅎㅎ
Commented by at 2009/04/25 23:00
아이고 이뻐라. 넷이 함께 있는 모습이 서로 우정을 나누는 것 같아 보기 좋아요. 배려도 있고 사랑도 있겠지요. 사람보다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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