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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고양이 이글루스 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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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는 일본의 강아지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러웠다. 예외적인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대개 고양이가 자발적으로 산책을 즐기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특히 스밀라는 우리 집으로 입양되기 전에 한번 버려졌던 기억 때문인지, 밖에 나가는 걸 극도로 무서워한다. 얌전히 품에 안겨 있다가도, 신발 신고 나가려는 시늉을 하면 침을 꿀꺽 삼키면서 발톱을 내밀어 내 어깨에 콱 박고는, 뒷발로 밀치며 아래로 뛰어내린다.

한번은 바깥 구경을 시켜주겠다고 이동장에 넣어 집 앞 공원으로 데리고 나왔더니, 스밀라는 땅바닥에 붙은 껌처럼 벤치를 껴안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 괜히 불안한 마음만 자극할 거 같아 다음부터는 고양이와 함께하는 산책을 포기했다. 고양이가 겁먹지 않게  바깥구경을 시켜줄 수는 없을까?

오사카의 복고양이 신사에서 만난,  자전거 탄 강아지를 보고 스밀라를 생각했다. 자전거 뒷좌석에는 강아지가 타고 있었다. 연세가 예순쯤 되어보이는 할머니는 부드러운 솜씨로 자전거를 멈춘 다음, 강아지를 잠시 혼자 놓아두고 신사로 들어갔다. 보슬비가 내리는 날이어서 어지간하면 산책을 포기할만도 하건만, 할머니는 솜씨좋게 비닐우산을 자전거에 장착시켜 문제를 해결했다. 자전거와 우산과 강아지, 기묘한 조합을 보고 있자니 슬그머니 웃음이 났다.

때마침 나타난 젖소무늬 길고양이를 쫓아 한참 사진을 찍고 있었던지라, 자전거 탄 강아지의 모습도 함께 몇 장을 찍었다. 강아지는 외출 나와서 할머니를 기다리는 상황이 익숙한 듯, 앞발을 모으고 부동자세로 앉아 할머니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굴을 보니 아주 어린 녀석은 아니다. 사람으로 치면 적어도 장년기에는 접어들었음직한 얼굴이다.

아마도 할머니는 매일 강아지와 산책을 했으리라. 집에서도 늘 함께 가족처럼 지냈을 테고. 보고 있어도 그리운 강아지를 떼놓고 외출하기엔 마음이 편치 않아, 장보러 갈 때나, 산책하러 갈 때도 언제나 뒷좌석에 태우고 세상 구경을 시켜주었을 것이다. 씽씽, 눈 뒤로 빠르게 지나치는 세상을 보며 개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처음 보았을 땐 할머니에겐 이 개가 아이 같은 존재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개는 '할머니와 함께 노년을 준비하는 사이'가 아닐까. 사람보다 4배 정도 빠른 속도로 여생을 살아가는 개에겐, 그럴 것이다.이 개는 할머니와 세월을 공유하며 천천히 늙어왔을 것이고, 그에게 허락된 남은 시간이 얼마일지 모르지만,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한 20분쯤 흘렀을까, 볼일을 마치고 할머니가 신사를 떠난다. 할머니가 오자 그제서야 일어선 개는 주변을 연신 두리번거린다. 이제 좀 세상 구경을 할 마음이 생긴 모양이다. 멀어지는 할머니와 개를 눈으로 배웅해본다. 나도 언젠가 스밀라를 데리고 산책할 날이 올까. 그땐, 아주 느릿느릿한 속도로 스밀라에게 세상 구경을 시켜주고 싶다. 만약 스밀라가 자전거를 무서워하면, 유모차처럼 생긴 이동장을 구해서 태워주어야지. 집이라는 제한된 공간이 아닌, 좀 더 넓은 세상을 스밀라에게 보여주고 싶다.


by 고경원 | 2009/02/12 08:57 | 일본 고양이 여행 | 트랙백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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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나막울었어 at 2009/02/12 10:28
우산을 끼워서 탈수있는 자전거가 부럽네요 :)
코엔지 가는길에 지하철역앞에서 만난 야옹마마를 싣고가는 할머니가 떠올랐어요.
장바구니같이 생긴 바퀴달린 소쿠리에 야옹씨를 태우고 앞에는 사료도 조금 덜어서 햇빛쬐는겸 나오신거같았는데
야옹씨 어깨에 담요도 살짝 덮여있었어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해보이더라는...
Commented by 고경원 at 2009/02/12 22:48
간단한 아이디어인데 편할 거 같죠. 자전거로 함께 외출하는 분들이 좀 계시나 봐요.
햇빛 받으며 달리는 야옹이 좋았겠다.. 저도 스밀라와 한번 달려보고 싶네요.
Commented by ★月下浪★ at 2009/02/12 10:58
여행왔을 때는 몰랐는데 일본에서 지내다보니 익숙해지는 풍경인 것 같아요.
이 다음에는 반려 동물을 안 데려올 생각인데 저런 모습을 보면 또 마음이 흔들리고..;;
하지만.. 정말 보기 좋네요.. 후후.. ^^
Commented by 고경원 at 2009/02/12 22:49
옆에 항상 함께할 친구가 있다는 건 좋은 거죠. 일본은 동물을 데려갈 경우 광견병 예방주사를 맞히고
육개월인가 지난 다음에 입국시킬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Commented by Plaid at 2009/02/12 11:28
아...전 제목만보구 직접 자전거를 타고있는 강아지를 상상했어요. ^^
동물농장에 일본에서 자전거타는 달마시안이 소개되었던적이 있었거든요.
사진 보기 좋~~습니다. 할머니랑 시츄랑 오순도순~
Commented by 고경원 at 2009/02/12 22:50
아 자전거를 직접 모는 걸 생각하셨군요. 강아지와 산책하기 같은 느낌으로 쓴 거였어요..
Commented by Lumograph at 2009/02/12 12:50
ㅇㅅㅇ우왕ㅋ귀여워요..ㅎ..
Commented by 고경원 at 2009/02/12 22:50
네 우왕 굳~입니다.
Commented by Wish at 2009/02/12 17:59
아아...좋겠다;ㅅ;
Commented by 고경원 at 2009/02/12 22:50
늘그막에도 함께할 수 있는 반려견은 참 좋아요~
Commented by 키마담 at 2009/02/13 14:10
제 친구 고양이중에는 아주 외출을 잘하는 녀석이 있죠 ㅠㅠ
사진처럼 자전거 바구니에 넣어서 데리고 다니던데 졸부럽
Commented by 고경원 at 2009/02/13 23:40
외출을 좋아해도 혼자 다녀오게 하는 외출은 또 마음이 안 놓일 거 같아요.
그래서 자전거든, 유모차든 항상 함께.
Commented by icechoco at 2009/02/13 15:34
일본 온지 약 일주일 좀 넘었는데, 강아지와 산책하는 사람들 많더군요.
그리고 앞바구니에 강아지를 태우고 가는 자전거는 2~3대 정도 봤어요^^
Commented by 고경원 at 2009/02/13 23:42
자전거 산책이 일상화된 모습이로군요. 개 전용 운동장도 있다고 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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