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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코 길냥이의 '호기심 천국'
밀레니엄 고양이 중 가장 인기 많은 밀크티를 위협할 만큼 매력적인 길고양이가 나타났다. 바로 분홍코 아깽이가 주인공이다. 보통 길고양이들은 먹이를 파헤치고 쓰레기통을 뒤지느라 콧잔등에 까만 때가 묻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는 어지간해서는 잘 지지 않는다. 하지만 분홍코 아깽이는 아직 어려서인지, 혈색 좋고 빛깔이 선명한 분홍색 코를 간직하고 있다. 
눈밭을 종종걸음으로 누비고 다니는 분홍코를 보니 함민복 시인의 에세이 중 한 부분이 떠올라 옮겨 적는다. 생전 처음 눈을 본 '햇개' 길상이에게 이야기를 건네는 대목이다.

눈 내린 새벽 장갑과 모자를 준비하고 마당으로 나가 찬 공기부터 한 큰 숨 들이마셨다. 그러고 나서 개집 지붕을 쓸어주었다. 난데없는 사방 은세계에 어리둥절한 똥개의 눈빛.
'야, 길상아, 너는 햇개니까 눈을 모르겠구나, 이게 눈이라는 것이다.'
세월을 조금 더 살았다고 잘난 척을 하며 눈을 가르쳐주었었지. 그러다가 집 뒤 수백 년 묵은 느티나무를 향해 죄송하다고 고개 숙였었지.   
-함민복, <사람소리> 중에서

분홍코도 아직 1살을 넘기지 못했으니 햇고양이인 셈이지. 비록 처음 눈을 본 길상이와는 달리, 눈 구경한 경험은 몇 번 있었겠지만 말이다.

길고양이를 따라다니다 보면 다양한 성격의 고양이를 만나게 된다. 분홍코는 아직 어린 고양이지만, 호기심이 왕성하기로는 형님들에 지지 않는다. 카메라를 향해 바짝 얼굴을 들이미는가 싶더니, 기어이 땅바닥에 책상다리로 앉은 내 옷자락 사이로 파고들려고 머리를 디민다. 코트 속이 바람막이처럼 따뜻해 보였을까, 아니면 뭔가 맛있는 냄새라도 났던 걸까. 보통 밀레니엄 고양이들은 내가 곁에 있어도 거리낌이 없어서, 망원렌즈를 쓰지 않고 표준 줌렌즈인 17-50mm를 주로 쓰는데, 이 정도 거리에서 이런 각도로 얼굴이 나오려면 고양이가 정말 코앞까지 다가온 거다. 거리가 가까워서 약간의 형태 왜곡이 생겼지만, 덕분에 재미있는 사진이 됐다.  

이미 눈은 멎었지만, 나뭇가지에 쌓여 있다가 바람이 불면 나풀나풀 떨어지는 눈송이가 있어, 분홍코의 눈동자도 눈 떨어지는 궤적을 따라 움직이기 바쁘다. 스삭스삭-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소리, 눈 떨어지는 소리에 한쪽 귀를 갸우뚱 기울여 가며...호기심 어린 호박색 눈동자가, 천상 어린 고양이다운 모습이다. 

옹송그려 앉은 형님들을 뒤로 하고, 제일 가까이 다가와 기대에 찬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분홍코다. 앞발을 얌전히 감싼 줄무늬 꼬리가 정말 사랑스럽다. 편애하면 안되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붙임성 있는 녀석에게는 맛있는 것 하나라도 더 주고 싶은 법이다. 분홍코도 자기의 매력을 알고 있을까. 행동 하나하나에 자신감이 넘친다. 이런 분홍코의 성격을, 어린 길고양이의 무모함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새끼 길고양이 중에서도 인간을 무서워하고 몸을 사리는 녀석들이 태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에 대한 호기심도, 먹을 것에 대한 기대도 잠시. 어딘가에서 새 소리가 들려오자 나무에 폴짝 뛰어오르더니 순식간에 2미터 높이까지 올라간다. 비록 새를 잡지는 못하고 그저 바라만 볼 뿐이지만, 저렇게 수직운동을 하며 근력을 기르는 것이다. 올 겨울을 무사히 나면, 분홍코도 이제 어엿한 어른고양이가 되어 형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될 것이다.




이글루스 가든 - 길고양이 동맹
by 고경원 | 2009/01/28 08:56 | 길고양이 | 트랙백 | 덧글(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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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종이우산 at 2009/01/28 09:50
아 ^^
이녀석 정말 붙임성 있군요.

Commented by 고경원 at 2009/01/28 18:46
넉살좋은 고양이를 보면 저도 모르게 웃음짓게 됩니다ㅡ 아직은 험한 세상을 겪지 않은 것 같아서요.
Commented by 엘레시엘 at 2009/01/28 10:24
귀여운 녀석이네요^^ 사람에게 해 당하지 말고 오래오래 살기를.

아 그리고 고경원님, 질문이 하나 있는데요.
기숙사에 거주하는 학생인데, 기숙사 주변에 냥이가 6,7마리 가량 살고 있더군요.
건물 앞에 소시지 자동판매기가 있는데, 자동판매기에 돈 넣는 소리만 들리면
우르르 몰려와서 좀 나눠달라고 애옹거리더군요.

그런데 냥이들한테는 사람 먹는 짭짤한 음식이 안좋다고 들어서요,
얘네들한테 가끔이라도 사료를 좀 챙겨줄까 싶은데, 제가 뭐 냥이를 길러본 적이 있어야지요 ;ㅂ;
적당히 추천해주실만한 사료 없으신가요?
Commented by skibbie at 2009/01/28 11:19
고경원님은 아니지만^^;

냥이인터넷쇼핑몰이나 혹은 옥X 지X켓에서 고양이사료 검색하시면 심각하게 의심될 정도로 가격이 좋은 사료들이 있어요. 그런 것을 사셔서 나눠주시면 될것 같아요. 캣X우랄지^^;; ANX랄지.. 헌데 길냥이 한 번 사람 손 길들여서 먹이를 얻어먹으면, 그 이후에는 꾸준히 챙겨주시는 게 중요하다네요. 아무래도^^ 사냥스킬이 덜어질테니. 냥이들 대신해서 감사드려요.
Commented by 고경원 at 2009/01/28 20:18
위에 벌써 댓글 남겨주셨네요^^ 길고양이 사료도 여러 등급이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고양이를 키우지 않는 분들이 지속적으로 사료를 대주기에는 경제적인 부담도 있기 때문에, 보통 저렴한 캣차우나 고메골든 정도를 구입하십니다. 8kg 대포장에 23000원 선이고요. 처음부터 대포장을 구입하기 부담스러우시면 소포장으로 사서 틈틈이 주셔도 됩니다.
Commented by 엘레시엘 at 2009/01/28 21:11
skibbie님, 고경원님 두 분 모두 감사합니다 (__)
대포장은 기숙사 방 안에 두기가 부담스럽고 냥이들 입맛(^^)도 있으니
일단 소포장으로 하나 구입해서 줘봐야겠네요.
Commented by ★月下浪★ at 2009/01/28 12:02
어머어머어머~ 너무 귀엽네요~ >ㅂ<
여기에는 길냥이들을 찾아보기가 힘들답니다..
냥이지수가 부족해요.. 흑..
Commented by 고경원 at 2009/01/28 20:07
일본 생활은 어떠신가요? 제가 사진으로 대신 냥이지수를 채워드릴게요^^
Commented by 나막울었어 at 2009/01/28 12:25
아이구 눈 모인거봐 귀여워죽겠다.
분홍코 아이야 겨울을 잘 이겨내고 건강하게 병걸리지말고 오래오래 힘차게 살아야한다~

사진이 어안렌즈같이 너무 귀엽게 나온거같아요
Commented by 고경원 at 2009/01/28 20:08
눈동자가 저를 빤히 보고 있어요~ 귀엽지요. 카메라가 찰칵찰칵 하니 신기한가 봐요.
동료들 사이에서 건강하게 잘 자라주길 바랍니다.
Commented by 飛流 at 2009/01/28 13:17
아이코...델꼬가고 싶네요...+ㅂ+
Commented by 고경원 at 2009/01/28 20:10
포획해서 입양 주선하는 것도 생각해보았는데요, 친구들이 있고 또 거주환경이 나쁘지 않으니
이곳에서 붙박이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네요.
Commented by 라비안로즈 at 2009/01/28 13:48
고양이들은 자기에게 적대감있는거랑 친근감 있는거 .. 어느정도 파악하나봅니다 ^^(오오라가 나오는듯..?)
ㅎㅎㅎㅎ 너무 붙임성이 좋네요.. 그리고 다행히 활발하고...
건강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Commented by 고경원 at 2009/01/28 20:10
고양이 눈치가 얼마나 빠른데요~ 그리고 머리가 좋아서 얼굴이랑 냄새를 다 기억하는 거 같아요.
Commented by MCtheMad at 2009/01/28 13:56
으헉, 나무에 매달린 모습 진짜 귀엽네요 -ㅇ-
Commented by 고경원 at 2009/01/28 20:11
흔치 않은 풍경인데, 마침 근처에 나무도 있고 해서 멋진 모습을 보았네요~
Commented by 키마담 at 2009/01/28 16:21
아니 어찌 저리 가까이 찍으실수있나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ㅠㅠ 고냥계의 대부?대모?ㅋㅋㅋ

Commented by 고경원 at 2009/01/28 20:12
가만히 앉아있으면 고양이가 먼저 가까이 와요. 제가 먼저 가까이 가면 겁먹고 도망가거든요.
오히려 가만히 앉아서 고양이들이 호기심에 지쳐 다가오기를 기다리면 어느새 코앞까지 와 있답니다.
Commented by 오오 at 2009/01/28 20:55
그래도 밀크티가 좋아요! ㅎㅎㅎ
Commented by 고경원 at 2009/01/28 22:03
밀크티 고정팬들이 계시네요^^
Commented by ★月下浪★ at 2009/01/28 22:51
후후.. 다음 사진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
일본도 그럭저럭 지낼만 한 것 같아요.
물가가 많이 비싸다는 것만 빼고요.. /웃음
Commented by 고경원 at 2009/01/30 06:36
환율이 올라서 물가는 정말 살인적이겠네요. 2007년까지만 해도 가벼운 마음으로 여행 다녀오기엔 괜찮았는데..
Commented by Tag at 2009/01/29 08:28
아...눈매가 너무 예쁘네요.
Commented by 고경원 at 2009/01/30 06:36
호기심 어린 눈동자가 귀엽지요^^ 저 호기심은 감출 수 없는 고양이 특유의 매력인 거 같아요.
Commented by 이오냥 at 2009/01/29 14:39
분홍코가 너무 매력적이에요. ㅠ_ㅠ
Commented by 고경원 at 2009/01/30 06:37
그러게요. 특히 노랑얼룩무늬와 분홍코, 흰바탕 얼굴의 조합은 정말 환상인 듯... 가장 조화롭게 보이는
색깔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Commented by 끼야아 at 2009/01/29 22:43
첫사진 너무 귀여워서 배경화면 저장 했어요 ㅠㅠ 흑흑 너무 이뽀요
Commented by 고경원 at 2009/01/30 06:38
아 저도 저렇게 귀엽게 나올 줄 몰랐네요^^ 너무 들이대서 초점이 안 맞을까 생각했는데요.
Commented by aall at 2009/03/20 09:32
너무 이뻐서.. 블로그에 살짝 데려가요. 덤으로 제 컴터 바탕화면에도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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